김영률(23기) 한국바스프 대표 "한국바스프, 韓·獨 `그린 이코노미` 가교 역할 나설 것"바스프 친환경 경영수준정부 규제보다 높게 유지국내 8개 지역서 화학공장 운영"고부가사업 ..

김영률(23기) 한국바스프 대표 "한국바스프, 韓·獨 `그린 이코노미` 가교 역할 나설 것"

바스프 친환경 경영수준
정부 규제보다 높게 유지

국내 8개 지역서 화학공장 운영
"고부가사업 한국 유치 통해
생산·R&D 허브 되도록 총력"

과학자서 비즈니스맨 변신
뛰어난 소통능력에 속속 성과
"인재 발굴해 글로벌화 지원"




"바스프는 전 세계 화학기업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환경 친화적이며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성장 전략을 추진해왔습니다. 이 같은 바스프의 경험은 그린뉴딜이 한창인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률 한국바스프 대표는 최근 서울 중구 소재 한국바스프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바스프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화학을 창조한다`는 슬로건에 걸맞게 환경·사회적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스프는 미국화학회(ACS)가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발표하는 `화학기업 톱50`에서 10년 넘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글로벌 화학기업이다. 지난달부터 전 세계 화학기업 중 최초로 자사가 생산 중인 4만5000여 개 품목 전체에 대해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정보`를 제공해 화제를 모았다. 탄소발자국 정보는 원료 구매 이후 공장 출하 전까지 사용된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바스프는 정부 규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친환경 정책과 사회적 책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어떠한 환경·안전 정책도 충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865년 독일에서 설립된 바스프는 청바지용 염료인 `인디고 블루`를 세계 최초로 대량 합성해 상업화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 화학기업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바스프그룹 총 매출은 77조원에 달한다. 1954년 설립된 한국바스프는 현재 여수, 울산, 군산 등 국내 8개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바스프는 150년 전인 1872년 직원에게 사택을 제공했으며 환경 보전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1900년대 초 공장에 폐수·분진 처리 장치를 도입하는 등 일찍부터 기업의 사회적·환경적 책임에 신경 써왔다. 1985년에는 환경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1994년에는 경제적 이익과 함께 사회·환경적 이익을 모두 추구해야 한다는 개념을 정립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이 희박했던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여러 고객사를 대상으로 지속 가능성을 알리는 일에 힘써왔다. 그는 "외국계 기업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환경·사회적 가치 등에 대해 한국보다 많은 사례를 경험했다"며 "이 같은 경험 때문에 많은 기업과 단체에서 초청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바스프를 이끌며 최고경영자(CEO)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원래는 과학자 길을 걷던 공학도였다. 197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면서 기초과학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화학과에 진학했고 대학원을 졸업한 뒤 자연스럽게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화학연구원에 입사했다.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던 김 대표는 화학연구원에서 북한 출신 천재 과학자 궁리환 박사를 만나면서 인생에 전환점을 맞는다. `무균무때`로 잘 알려진 세정제를 개발하며 당대 한국 최고 응용 화학자로 불렸던 궁 박사는 북한을 탈출해 독일에 망명했을 당시 경험을 자주 이야기했는데 이것이 김 대표 눈을 뜨게 했다. 김 대표는 "바스프, 헨켈 등 많은 독일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미국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기초과학도 중요하지만 당시 한국이 고도성장기였던 만큼 필요한 화학제품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고 적용하는 일도 국내 산업 발전에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영업사원 길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연구만 하던 그가 물건을 파는 일은 쉽지 않았다. 헨켈코리아로 이직한 뒤 첫 한두 달은 가방에 제품 카탈로그를 넣고 여러 기업을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지만 실적이 따라주지 않자 조급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6개월 만에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에 화장품 제조에 필요한 `연화제`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도 처음 서류에 서명을 하며 느꼈던 떨림이 생생하다고 김 대표는 전한다.

김 대표는 이후에도 승승장구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01년 헨켈 케미컬 부문은 코그니스로 분리돼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당시 김 대표는 코그니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총괄이사로 발령 나 실적이 좋지 않던 일본 지점에서 사업 재편을 맡게 됐다. 그곳에서 대리점 위주 판매 구조였던 사업 모델을 직접 판매 구조로 변경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회사 마진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2010년에는 코그니스가 바스프에 매각됐다. 김 대표는 당시에도 바스프 경영진의 신임을 얻어 한국법인 화학사업부문 사장과 홍콩 아태 지역 디스퍼전·수지사업부 부사장을 맡았다. 2018년에는 한국바스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현재 한독상공회의소(KGCCI) 부회장직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한국바스프 대표로 재임하는 동안 한국과 독일 간 `그린 정책`을 엮는 일에 힘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자, 모빌리티, 퍼스널케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대한 투자 유치와 합작 기업 설립 등을 적극 추진해 한국이 첨단 기술 연구와 생산 거점으로서 위치를 되찾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우수한 인재들이 독일 본사나 국외 사업장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글로벌 인재 육성에도 앞장서고 싶다"며 "한국 출신 인재를 조기에 발굴·육성해 바스프그룹 CEO 혹은 이사회 멤버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을 길러내는 것도 재임 기간 이뤄보고 싶은 꿈"이라고 덧붙였다.


▶▶He is…

△1962년 춘천 출생 △서라벌고 △연세대 화학과 및 유기화학과 대학원 △한국화학연구원 근무 △코그니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한국바스프 화학사업부문 사장 △2018년~한국바스프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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